권사라는 이름을 받으신다는 것은, 이미 오랜 시간 신앙의 자리를 지켜오셨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권사가 성경 어디에 나오나요"라고 물으면 선뜻 답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럴 만합니다. 이 이름은 성경 원어에서 곧바로 온 이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자료는 그 정직한 물음에서 출발합니다. 권사라는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그 이름이 담아내려는 삶의 모습이 성경 속 어떤 사람들과 닮아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본문 중 밑줄 친 부분을 누르시면 조금 더 깊은 이야기가 열립니다.
권사로 세워지실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담임목사 박동준 드림
장로나 집사는 신약성경 원어(프레스뷔테로스, 디아코노스)를 그대로 번역한 이름입니다. 그런데 권사라는 이름은 성경에 직접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는 한국교회가 만들어낸 고유한 직분 이름입니다. 정직하게 이 사실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권사(勸士)라는 한자는 '권면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신앙의 연륜이 깊고 삶으로 본을 보여온 여성 성도들이 실제로 감당해오던 기도, 심방, 권면, 돌봄의 사역을 교회가 공식적인 직분으로 인정하며 이 이름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름은 후대에 붙여졌지만, 그 역할의 원형은 성경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겐그레아 교회의 뵈뵈, 욥바의 다비다, 그리고 디모데전서 5장의 과부 명부에 오른 여성들—이들은 모두 신앙의 연륜과 선한 행실로 공동체 안에서 인정받고 세워진 사람들이었습니다. 권사직은 이 오래된 흐름을 오늘의 언어로 이어받은 이름입니다.
권사의 자격을 직접 나열한 본문은 없지만, 바울이 디도서와 디모데전서에서 신앙의 연륜 있는 여성에게 기대한 모습은 오늘 권사의 자격을 가늠하는 뚜렷한 기준이 되어 줍니다.
이 본문은 본래 과부 명부에 관한 규정이지만, 신앙의 연륜과 선한 행실이 함께 검증된 사람을 세운다는 원리는 권사직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오랜 시간 쌓인 삶의 태도가 공동체 앞에 신뢰를 주는 사람입니다.
말로 사람을 해치지 않는 사람. 심방과 권면이 잦은 자리일수록 말의 절제가 중요합니다.
"많은 술의 종이 되지 아니하며" — 자기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삶의 태도입니다.
"선한 것을 가르치는 자들이 되고" — 젊은 세대를 말이 아니라 삶으로 가르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자녀 양육, 나그네 대접, 성도를 향한 낮은 섬김, 환난 당한 이를 구제한 실제 삶의 자취입니다.
결국 권사의 자격은 화려한 언변이나 지위가 아니라, 오랜 시간 쌓여온 신실한 삶 그 자체입니다.
권사직이 감당해온 사역은 화려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목회자를 도와 공동체의 뿌리를 붙드는 일들입니다.
공동체와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꾸준히 기도의 자리를 지킵니다.
아프거나 어려운 성도를 찾아가 곁을 지키고 위로를 전합니다.
처음 온 이들이 낯설지 않도록 마음을 열어주는 영적 어머니의 역할을 감당합니다.
디도서 2장의 정신처럼, 삶으로 다음 세대에게 신앙을 물려주는 일에 함께합니다.
이 모든 사역의 공통점은, 자리를 드러내기보다 사람을 세우는 일이라는 점입니다.
은혜교회는 부부목장, 남자 목장, 여자 목장으로 이루어진 목장 구조로 성도들을 돌보고 있으며, 각 목장은 12명 정도 단위로 목자가 이끕니다. 이 목자는 장로·권사·집사 중에서 자격이 충분히 인정된 이들 가운데 세워지며, 교회의 추천을 받아 담임목사가 임명합니다. 권사로 임직하신다는 것은, 특히 여자 목장을 비롯한 목장 사역에서 목자로 세워질 수 있는 자격의 출발점에 서는 일이기도 합니다.
또한 침례교회는 회중정치를 따르기에 장로교의 당회와 같은 별도 치리기구를 두지 않으며, 은혜교회에도 그런 조직은 따로 없습니다. 담임목사를 비롯한 교역자와 장로·권사·집사가 각자의 자리에서 협력하여 교회를 세워갑니다. 권사는 이 협력 속에서, 오랜 신앙의 연륜으로 공동체에 안정감을 더하는 자리입니다.
개척 12년째, 아직 크지 않은 은혜교회 공동체 안에서 권사님들의 기도와 심방, 다음 세대를 향한 삶의 본은 교회가 흔들리지 않고 자라가는 데 든든한 뿌리가 되어 줄 것입니다.
임직 전, 스스로에게 조용히 물어보시면 좋을 질문들입니다.
나는 말로 누군가를 다치게 하지는 않았는가?
나는 꾸준히, 조용히 기도의 자리를 지켜왔는가?
나는 젊은 세대에게 말이 아니라 삶으로 무엇을 물려주고 있는가?
나는 드러나지 않는 섬김도 기꺼이 감당할 수 있는가?
나는 이 직분을 훈장이 아니라 책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이름은 늦게 왔지만, 그 이름이 담아내는 삶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임직 서약은 그 오랜 삶을 하나님과 교회 앞에서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뵈뵈와 다비다처럼, 이름보다 삶으로 기억되는 신실한 섬김의 사람이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기독교한국침례회 은혜교회 · 담임목사 박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