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hesians · 에베소서 강해

그리스도의 비밀과
바울의 기도

에베소서 3장 절별 상세 강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고도 남음이 있어 하나님의 모든 충만하신 것으로 너희에게 충만하게 하시기를 구하노라" — 에베소서 3:19
기독교한국침례회 은혜교회 · 담임목사 박동준
Introduction

3장 들어가며

숨겨졌던 비밀, 이제는 드러난 은혜

에베소서 3장은 구조적으로 독특합니다. 1절 "이러므로 그리스도 예수의 일로 너희 이방인을 위하여 갇힌 자 된 나 바울은"이라는 문장은 원래 14절 "이러므로 내가 ···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비노니"로 곧장 이어지려던 기도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런데 바울은 그 사이에(2-13절) 갑자기 곁길로 들어가, 자신에게 맡겨진 '비밀'의 직분을 설명합니다. 이런 문학적 곁가지를 흔히 '삽입구'(parenthesis)라 부릅니다.

이 삽입구의 핵심 단어는 '비밀'(뮈스테리온)입니다. 1:9에서 이미 예고된 이 단어가 3장에서 구체적으로 정의됩니다 — 이방인이 복음으로 말미암아 유대인과 함께 상속자가 되고 함께 지체가 되고 함께 약속에 참여하는 자가 된다는 것(6절)입니다. 2장에서 이미 보여준 그 화해가, 이제는 창세 전부터 감추어져 있다가 그리스도 안에서 비로소 드러난 하나님의 영원한 계획이었음이 밝혀집니다.

3장은 결국 웅장한 기도(14-19절)와 송영(20-21절)으로 마무리되며, 1-3장 전체(교리 부분)의 대단원을 이룹니다. 이 송영은 이후 4장의 "그러므로"로 시작되는 실천 명령으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하나님을 향한 찬양의 숨을 고르는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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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그리스도의 비밀 — 이방인도 함께 상속자

바울은 자신이 갇힌 자 됨을 언급하다가(1절), 곧바로 자신에게 맡겨진 '비밀'이라는 계시로 방향을 돌립니다. 이 비밀의 내용이 명료하게 정의됩니다.

1
이러므로 그리스도 예수의 일로 너희 이방인을 위하여 갇힌 자 된 나 바울은

바울은 자신이 '로마의 죄수'가 아니라 '그리스도 예수의' 갇힌 자라고 스스로 규정합니다. 그리고 그 갇힘의 이유가 다름 아닌 '너희 이방인을 위하여'라는 것 — 이방인 선교와 유대인-이방인의 하나 됨을 전한 것이 실제로 그가 체포된 배경이었습니다(행 21장).

2–3
너희를 위하여 내게 주신 하나님의 그 은혜의 경륜을 너희가 들었을 터이라 곧 계시로 내게 비밀을 알게 하신 것을 따라 내가 이미 대강 기록하였으므로

바울은 이 비밀을 스스로 발견한 것이 아니라 '계시로' 받았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지혜나 통찰이 아니라 하나님이 직접 알려주신 것이라는 점이 강조됩니다. '대강 기록하였으므로'는 1-2장, 특히 2:11-22에서 이미 이 비밀의 내용을 다뤘음을 가리킵니다.

4–6
이 비밀은 다른 세대에서는 사람의 아들들에게 알리지 아니하셨으니 ··· 이는 이방인들이 복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상속자가 되고 함께 지체가 되고 함께 약속에 참여하는 자가 됨이라

드디어 '비밀'의 정확한 내용이 정의됩니다 — 이방인이 유대인과 완전히 동등하게(세 개의 '함께'가 강조하듯) 상속자·지체·참여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 비밀이 '다른 세대'(구약 시대)에는 이 정도로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은, 구약이 이방인의 구원을 전혀 예고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이사야 등에서 이미 암시됨), 유대인과 이방인이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히 하나의 몸을 이룰 것이라는 이 정도의 구체성과 충만함으로는 계시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리스도의 비밀 단락이 주는 메시지

우리가 오늘 당연하게 여기는 진리 — 유대인이든 이방인이든, 어떤 민족과 배경 출신이든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히 동등한 상속자라는 것 — 은 창세 전부터 감추어져 있다가 그리스도를 통해 비로소 드러난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입니다. 이 은혜를 당연하게 여기지 말아야 합니다.

3:7–13바울에게 주신 은혜의 직분

이 위대한 비밀을 전하는 특권이 어떻게 자신과 같이 부족한 사람에게 맡겨졌는지를 바울은 깊은 겸손과 놀라움으로 고백합니다.

7–8
이 복음을 위하여 내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을 따라 내가 일꾼이 되었노라 모든 성도 중에 지극히 작은 자보다 더 작은 나에게 이 은혜를 주신 것은 측량할 수 없는 그리스도의 풍성함을 이방인에게 전하게 하시고

바울은 스스로를 '모든 성도 중에 지극히 작은 자보다 더 작은 나'라고 표현합니다. 이는 과장된 겸손이 아니라, 한때 교회를 핍박했던 자신의 과거(갈 1:13)를 늘 기억하며 나온 진심 어린 고백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자에게 헤아릴 수 없이 풍성한 그리스도를 전하는 특권이 주어졌다는 것 자체가 은혜의 크기를 보여줍니다.

9–10
영원부터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 속에 감추어졌던 비밀의 경륜이 무엇인지를 ··· 알게 하려 하심이라 이는 이제 교회로 말미암아 하늘에 있는 통치자들과 권세들에게 하나님의 각종 지혜를 알게 하려 하심이니

매우 놀라운 진술입니다 — 하나님의 지혜가 천사와 영적 세력들에게 드러나는 통로가 다른 무엇도 아닌 '교회'라는 것입니다. 유대인과 이방인이 하나 되어 함께 예배하는 교회 공동체 자체가, 온 우주의 영적 존재들이 지켜보는 하나님의 지혜의 전시장입니다. 교회의 존재와 연합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닙니다.

11–13
곧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예정하신 뜻대로 하신 것이라 우리가 그 안에서 그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담대함과 확신을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감을 얻느니라 ··· 나의 환난으로 말미암아 낙심하지 말라 이는 너희의 영광이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담대함과 확신을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습니다. 바울은 자신의 환난이 오히려 이방인 성도들에게 '영광'(부끄러움이 아니라 자랑거리)이라고 말합니다 — 그의 갇힘 자체가 이 비밀이 얼마나 큰 가치를 지녔는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하기 때문입니다.

바울에게 주신 은혜의 직분 단락이 주는 메시지

하나님은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을 통해 가장 위대한 진리를 전하기를 기뻐하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속한 교회는 단지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하늘의 영적 존재들까지 지켜보는 하나님의 지혜가 전시되는 자리입니다. 오늘 우리 공동체의 하나 됨이 그만큼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3:14–19바울의 기도 —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기를

1절에서 시작하려다 미뤄졌던 기도가 마침내 재개됩니다. 1장의 기도(지혜와 계시의 영, 소망, 능력을 알기를)에 이어, 이번에는 그리스도의 사랑의 광대함을 알기를 구하는, 에베소서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도문입니다.

14–15
이러므로 내가 하늘과 땅에 있는 각 족속에게 이름을 주신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비노니

'아버지'(파테르)와 '족속'(파트리아)이 같은 어근에서 나온 헬라어 언어유희입니다 — 하늘과 땅의 모든 가족이 그 이름을 하나님 아버지로부터 받았다는 것은, 하나님이 모든 존재의 궁극적 근원이심을 보여줍니다. 무릎을 꿇는 기도 자세는 유대 전통에서 흔치 않았던(보통은 서서 기도) 특별히 간절한 기도였습니다.

16–17
그 영광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성령으로 말미암아 너희 속사람을 능력으로 강건하게 하시오며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께서 너희 마음에 계시게 하시옵고 너희가 사랑 가운데서 뿌리가 박히고 터가 굳어져서

기도의 첫 요청은 성령을 통한 속사람의 강건함이며, 그 목적은 그리스도께서 마음에 '계시게' 하려 함입니다(이미 믿는 자 안에 계시지만, 더 깊이 자리 잡고 다스리시기를 구하는 기도). '뿌리가 박히고 터가 굳어져서'는 나무(뿌리)와 건물(터)이라는 두 은유를 겹쳐 사용해, 사랑 안에서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을 그립니다.

18–19
능히 모든 성도와 함께 지식에 넘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아 그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함을 깨달아 하나님의 모든 충만하신 것으로 너희에게 충만하게 하시기를 구하노라

3장 기도의 절정이자 에베소서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절 중 하나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지식에 넘치는'(측정할 수 없는) 것이면서도, 역설적으로 우리가 그것을 '알기를' 구합니다 — 이는 완전한 정보적 이해가 아니라, 이해를 초월하면서도 동시에 체험적으로 알아가는 사랑을 뜻합니다. 너비·길이·높이·깊이라는 네 방향의 언어는 그 사랑이 우주 전체를 감싸는 광대함을 지녔음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이 앎의 최종 목적지는 '하나님의 모든 충만하신 것으로' 충만해지는 것 — 우리 존재 전체가 하나님으로 가득 차는 것입니다.

바울의 기도가 주는 메시지

그리스도의 사랑은 다 알 수 없을 만큼 광대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삶으로 계속 알아가야 할 사랑입니다. 이 기도는 '혼자서'가 아니라 '모든 성도와 함께' 깨닫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 그리스도의 사랑의 크기는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갈 때 비로소 온전히 드러납니다.

3:20–21송영 — 1-3장의 대단원

1-3장(교리 부분) 전체를 마무리하는 웅장한 찬양입니다. 4장부터 시작될 실천 명령 앞에서, 먼저 이 모든 것을 이루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20
우리 가운데서 역사하시는 능력대로 우리가 구하거나 생각하는 모든 것에 더 넘치도록 능히 하실 이에게

헬라어 원문에서 '더 넘치도록'(휘페레크페리수)은 이미 강조 표현인 '넘치도록'(페리수)에 또 다른 강조 접두사(휘페르, ~을 초월하여)를 겹겹이 쌓은 최상급 중의 최상급 표현입니다. 우리가 구하거나 상상하는 것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어 일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언어의 한계까지 밀어붙여 표현한 것입니다.

21
교회 안에서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영광이 대대로 영원무궁하기를 원하노라 아멘

영광을 돌리는 자리로 '교회'가 명시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 3:10에서 이미 교회가 하나님의 지혜를 드러내는 통로였듯, 여기서도 교회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특별한 처소로 그려집니다. 1-3장 전체(교리)가 이 짧고 힘 있는 '아멘'으로 마무리되고, 이제 4장의 '그러므로'가 실천을 향해 문을 엽니다.

1장 · 신령한 복→ 2장 · 하나 됨→ 3장 · 비밀과 기도→ 4장 · 그러므로

송영이 주는 메시지

1-3장에서 펼쳐진 모든 은혜 — 신령한 복, 은혜로 말미암은 구원, 하나 됨, 그리스도의 비밀 — 는 결국 한 가지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입니다. 우리 삶에 이 은혜가 실제로 자리 잡았다면, 우리의 삶도 자연스레 이 찬양으로 흘러가야 합니다. 이제 4장에서 '그러므로' 이 은혜가 어떤 삶으로 나타나야 하는지를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