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줄 알았던 여인이
“기름 부음 받은 자”를 노래하다
한나는 아이가 없어서 해마다 울었어요. 실로의 성막에서 입술만 움직이며 속으로 기도하자, 제사장 엘리가 그 모습을 보고 술에 취한 줄 알았어요(1:13). 😄 “언제까지 취하여 있으려느냐 포도주를 끊으라.” 한나가 대답해요. “포도주나 독주를 마신 것이 아니요 여호와 앞에 내 심정을 통한 것뿐이오니”(1:15). 소리 없이 마음을 쏟아 놓는 기도였던 거예요.
하나님은 그 기도를 들으셨고, 한나는 아들을 낳아 사무엘이라 불렀어요. 그리고 아이를 성막에 맡기며 노래를 불러요(2:1-10). 그런데 이 노래의 마지막 줄이 놀라워요. “자기 왕에게 힘을 주시며 자기의 기름 부음 받은 자의 뿔을 높이시리로다”(2:10). 이스라엘에 아직 왕이 한 명도 없던 때였어요. 성경에서 “그의 기름 부음 받은 자”, 곧 히브리어 메시아가 왕을 가리키며 나오는 첫 자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노래예요. 아이 없던 여인이 왕보다 먼저 메시아를 노래한 거예요.
천 년쯤 뒤, 갈릴리의 처녀 마리아가 이 노래를 다시 불러요. 한나가 “가난한 자를 진토에서 일으키시며 빈궁한 자를 거름더미에서 올리사”(2:8)라고 했다면, 마리아는 “권세 있는 자를 그 위에서 내리치셨으며 비천한 자를 높이셨고”(눅 1:52)라고 노래해요. 두 노래는 꼭 닮았어요. 한나가 멀리서 바라본 그 기름 부음 받은 왕, 예수 그리스도가 마리아의 품에 오셨어요.
※ 유대 탈무드(베라호트 31a)는 한나의 기도에서 “입술만 움직이며 조용히 기도한다” 같은 기도의 여러 원칙을 배운다고 말해요. 유대 전통의 해석으로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