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숨은 재밌는 이야기 · 07

로마서,
가 본 적 없는
교회에 보낸 편지

가장 위대한 신학 편지의 끝에
숨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로마서 1–16장
여는 글

로마서는 흔히 "성경의 요약", "복음의 교과서"라고 불려요. 죄와 구원, 은혜와 믿음, 성령과 새 삶을 가장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책이죠. 그래서 로마서를 읽으면 어렵고 무거운 신학책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그런데 로마서는 신학 논문이 아니라 편지예요. 편지를 쓴 사람, 받아 적은 사람, 들고 간 사람, 받아 읽은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 사람들의 흔적을 따라가면, 로마서가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해요.

1부

로마서는 어떤 책일까?

가 본 적 없는 교회에 보낸 복음의 소개서

바울은 약 주후 57년경, 고린도에 머물며 이 편지를 썼어요. 특이한 점은 로마 교회는 바울이 세운 교회도 아니고,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교회였다는 거예요(1:13, 15:22). 그래서 로마서는 "제가 전하는 복음은 이런 것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편지이기도 해요. 그리고 로마를 거쳐 스페인까지 가려는 선교 계획도 담겨 있어요(15:24, 28).

받아 적은 사람더디오. 바울이 불러 주고 그가 받아 적었어요(16:22).
들고 간 사람뵈뵈. 겐그레아 교회의 일꾼으로, 이 편지를 로마까지 전했어요(16:1-2).
로마서의 큰 흐름 다섯 부분
1
모두가 죄 아래 있다 (1–3장)
이방인도, 유대인도 예외 없이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해요.
2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 (3–5장)
율법의 행위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고 선언해요.
3
죄에서 자유한 새 삶 (6–8장)
은혜 아래 있는 사람은 죄에 대해 죽고 그리스도 안에서 새 생명으로 살아요. 그리고 성령 안에서 정죄함이 없어요.
4
이스라엘은 어떻게 되는가 (9–11장)
하나님의 약속과 이스라엘의 미래를 깊이 고민하며, 결국 찬양으로 마무리해요.
5
복음으로 사는 삶 (12–16장)
몸으로 드리는 예배, 공동체의 사랑, 서로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법, 그리고 긴 인사로 끝나요.

로마서의 위대한 신학은 결국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지는 복음으로 끝나요. 1장부터 15장까지 치밀하게 설명한 복음이, 16장에서는 수십 명의 이름으로 살아 움직여요. 그래서 16장은 로마서의 부록이 아니라, 로마서가 그리는 교회의 실제 얼굴이에요.

2부

더 깊이 숨은 7가지 장면

16장의 이름들 속에 숨은 이야기, 그리고 역사를 바꾼 구절들

1

"좋은 길을 얻어 가기를"
— 그리고 죄수로 도착하다

로마서 1:10 · 15:22-28 · 사도행전 27–28장
바울의 기도 (1:10)
"하나님의 뜻 안에서 어떻게 하든지 이제 너희에게로 나아갈 좋은 길을 얻기를 구하노라"
VS
실제로 간 방법 (행 27–28장)
체포되어 황제에게 상소한 죄수로, 로마 군인의 호송을 받으며 난파선을 타고

바울은 로마서를 쓰면서 로마에 가게 해 달라고 기도했어요. "좋은 길을 얻기를" 구한다고요(1:10). 아마 자유로운 선교사로, 로마 성도들의 후원을 받아 스페인까지 가는 여정을 꿈꿨을 거예요.

하나님은 그 기도에 응답하셨어요. 다만 방식이 좀 달랐어요. 바울은 약 3년 뒤, 로마 제국의 비용으로, 로마 군인의 호위를 받으며 로마에 도착해요. 죄수로요. 😄 중간에 폭풍도 만나고, 배가 난파되고, 독사에게 물리기까지 하면서요.

그런데 그 "죄수의 길"이 결국 황제의 궁정 사람들에게까지 복음이 전해지는 길이 됐어요(빌 1:13). 요나가 도망친 길에서 선원들이 하나님을 만났듯, 바울이 원치 않던 길에서도 하나님은 일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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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도한 "좋은 길"과 하나님이 여신 길이 다를 때, 그 길에서도 일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합니다.
2

편지 쓰다 말고
"저도요!" 하고 끼어든 사람

로마서 16:22

로마서 16장에서 바울은 여러 사람에게 문안을 전하다가, 갑자기 이런 문장이 나와요.

"이 편지를 기록하는 나 더디오도 주 안에서 너희에게 문안하노라"(16:22)

바울이 말로 불러 주고 옆에서 받아 적던 대필자 더디오가 갑자기 1인칭으로 끼어든 거예요. 몇 달 동안 바울의 말을 받아 적으며 "은혜", "믿음", "의롭다 하심"을 쓰던 그가, 마지막에 조심스럽게 손을 들고 "저도 인사 좀 할게요" 하는 장면이죠. 😄

신약 편지 가운데 대필자가 자기 이름을 직접 남긴 곳은 여기뿐이에요. 가장 위대한 신학 편지 속에 이름 없이 수고한 한 사람의 따뜻한 인사가 남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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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에서 섬기는 사람들의 수고도 하나님이 기억하신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3

역사상 가장 중요한 편지를
배달한 여성, 뵈뵈

로마서 16:1-2

로마서 16장의 첫 이름은 뵈뵈예요. "겐그레아 교회의 일꾼인 우리 자매 뵈뵈를 너희에게 천거하노니"(16:1). 겐그레아는 고린도 옆 항구 도시예요.

고대에는 우체국이 없었어요. 편지는 믿을 만한 사람이 직접 들고 가야 했죠. 그리고 편지를 전하는 사람은 보통 그 편지를 읽어 주고, 설명해 주는 역할까지 했어요. 그러니까 로마 성도들이 로마서에 대해 처음 질문했을 때, 대답해 준 사람은 아마 뵈뵈였을 거예요.

바울은 그녀를 "일꾼"(디아코노스)이라고 부르고, "여러 사람과 나의 보호자"가 되었다고 말해요. 그녀는 바울의 사역을 후원한 사람이기도 했어요.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편지가, 한 여성 일꾼의 손에 들려 지중해를 건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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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말씀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의 귀함을 생각하며, 나도 누군가에게 말씀을 전하는 사람이 됩니다.
4

"그의 어머니는 곧 내 어머니"
— 십자가를 진 사람의 가족?

로마서 16:13 · 마가복음 15:21

로마서 16:13에서 바울은 이렇게 인사해요. "주 안에서 택하심을 입은 루포와 그의 어머니에게 문안하라 그의 어머니는 곧 내 어머니니라." 바울에게 어머니처럼 돌봐 준 분이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이 이름이 다른 곳에도 나와요. 마가복음 15:21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진 사람을 이렇게 소개해요.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버지인 구레네 사람 시몬." 다른 복음서는 아들들 이름을 적지 않는데, 마가만 굳이 적었어요. 마가복음은 전통적으로 로마 성도들을 위해 쓴 복음서로 알려져 있어요. 즉 마가는 "여러분이 아는 그 루포 있죠? 그 아버지예요"라고 말하는 것일 수 있어요.

만약 같은 루포라면, 이야기는 이렇게 이어져요. 억지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졌던 한 사람, 그 아들은 로마 교회의 택함받은 일꾼이 되었고, 그 아내는 바울의 어머니 같은 사람이 되었어요. 십자가를 진 하루가 온 가족의 인생을 바꾼 거예요.

※ 로마서의 루포와 마가복음의 루포가 같은 인물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많은 주석가들이 그 가능성을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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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지게 된 것처럼 느껴지는 나의 십자가가, 하나님 안에서 우리 가족을 향한 은혜의 시작일 수 있음을 믿습니다.
5

지루한 이름 목록?
아니, 로마 사회의 단면도

로마서 16:3-23

로마서 16장은 이름만 줄줄이 나와서 건너뛰기 쉬운 장이에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로마 사회의 모든 계층이 들어 있어요.

브리스가와 아굴라 — 바울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은 부부. 아내 이름이 먼저 나올 때가 많아요(16:3).
아리스도불로의 권속 — 헤롯 대왕의 손자 가운데 같은 이름의 인물이 로마에 살았어요. 그 집안의 종들이 성도였을 가능성이 있어요(16:10).
나깃수의 가족 — 글라우디오 황제 때 막강한 권력을 가졌던 해방 노예 나르키수스의 집안 사람들로 보는 견해가 있어요(16:11).
에라스도 — "이 성의 재무관"(16:23). 1929년 고린도에서 "에라스투스가 자기 비용으로 이 길을 포장했다"는 비문이 발견됐어요.

이 목록에는 황실과 연결된 집안의 종들, 해방 노예, 부유한 관리, 여성 일꾼들, 유대인과 이방인이 섞여 있어요. 학자들은 이 가운데 상당수가 당시 노예나 해방 노예에게 흔한 이름이라고 봐요. 로마서 1–15장이 말하는 "차별이 없는 복음"이 16장에서 실제 사람들의 이름으로 살아 있는 거예요.

※ 아리스도불로, 나깃수, 에라스도의 신원 연결은 가능성 있는 견해이며 확정된 사실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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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 명단의 이름 하나하나가, 하나님이 차별 없이 부르신 복음의 증거라는 것을 기억합니다.
6

한 편지가 바꾼
세 사람의 인생

로마서 13:13-14 · 1:17
386년어거스틴 — 밀라노의 정원에서 "집어서 읽어라"라는 아이들 노랫소리를 듣고 성경을 폈는데, 눈에 들어온 구절이 로마서 13:13-14였어요. 방탕하던 그의 인생이 그 자리에서 바뀌었어요.
1515년경마르틴 루터 — 로마서를 강의하며 1:17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를 붙잡았어요. 그는 "천국 문이 열리는 것 같았다"고 고백했고, 이것이 종교개혁으로 이어졌어요.
1738년존 웨슬리 — 런던 올더스게이트 거리의 한 모임에서, 누군가 루터가 쓴 로마서 서문을 읽는 것을 듣다가 "마음이 이상하게 뜨거워지는" 경험을 했어요. 이것이 감리교 부흥의 출발점이 됐어요.

재밌는 건 이 세 사건이 한 줄로 이어져 있다는 거예요. 루터는 어거스틴을 깊이 존경한 수도사였고, 웨슬리는 루터가 쓴 로마서 서문을 듣다가 회심했어요. 로마서라는 한 편지가 천 년이 넘는 시간을 건너, 사람에서 사람으로 불씨를 옮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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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읽는 로마서 한 구절이, 내 인생과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불씨가 될 수 있음을 기대합니다.
7

"없다"로 시작해서
"없다"로 끝나는 장

로마서 8:1 · 8:39
로마서 8장의 첫 절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VS
로마서 8장의 마지막 절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

로마서 8장은 많은 사람들이 성경에서 가장 사랑하는 장으로 꼽아요. 그런데 이 장의 처음과 끝을 나란히 놓으면 재밌는 게 보여요. "없다"로 시작해서 "없다"로 끝나요.

처음은 정죄함이 없다(8:1). 과거의 죄가 더 이상 나를 심판할 수 없다는 선언이에요. 끝은 끊을 수 없다(8:39).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하나님의 사랑에서 나를 떼어낼 수 없다는 선언이에요. 그 사이에는 사망도, 생명도, 천사도, 권세자도, 현재 일도, 장래 일도, 높음도, 깊음도 있어요. 무엇 하나 빠뜨리지 않고요.

그리고 두 "없다"를 붙잡고 있는 공통의 말이 있어요. "그리스도 예수 안에". 로마서 8장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사람에게 과거의 정죄도 없고, 미래의 끊어짐도 없다고 말해요. 그래서 이 장 한가운데서 바울은 이렇게 외칠 수 있었어요. "하나님이 우리를 위하시면 누가 우리를 대적하리요"(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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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정죄하는 목소리 앞에서 8:1을, 나를 흔드는 두려움 앞에서 8:39를 붙잡습니다.
맺는 글
가장 위대한 신학은
사람들의 이름으로 끝난다

로마서는 복음을 가장 깊이 설명한 편지이면서, 동시에 수많은 사람의 이름이 담긴 편지예요. 받아 적은 더디오, 들고 간 뵈뵈, 어머니 같던 루포의 어머니, 이름이 불린 수십 명의 성도들.

복음은 책 속의 이론이 아니라, 이 사람들 안에서 살아 움직였어요. 그리고 오늘 우리의 이름도 그 목록에 이어지고 있어요.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8:1)

※ 본문 인용은 개역개정을 기준으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