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탑을 뒤집은
오순절 아침
바벨에서 사람들은 "우리 이름을 내고"(창 11:4) 하늘에 닿으려고 탑을 쌓았어요. 하나님은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셔서 온 땅에 흩으셨죠. 그런데 오순절 아침, 반대 방향의 일이 일어나요. 사람이 하늘로 올라간 게 아니라 성령이 하늘에서 내려오셨어요. 그리고 "천하 각국으로부터" 온 사람들이(2:5) 제자들의 말을 "우리 각 사람이 난 곳 방언으로" 들었어요(2:8).
재밌는 건, 하나님이 언어를 하나로 되돌리지 않으셨다는 거예요. 모든 사람에게 한 언어를 쓰게 하신 게 아니라, 각자의 언어로 똑같은 복음을 듣게 하셨어요. 다른 말을 쓰는 채로 한 백성이 되게 하신 거예요. 그 와중에 어떤 사람들은 "새 술에 취하였다"고 조롱했고, 베드로는 "때가 제삼 시니"(2:15), 아침 아홉 시밖에 안 됐다고 해명해야 했어요. 😄
그날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침례를 받은 사람이 "삼천"이었어요(2:41). 이 숫자에서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 있어요. 시내산 아래에서 백성이 금송아지를 만들었을 때, "이 날에 백성 중에 삼천 명 가량이 죽임을 당한지라"(출 32:28). 율법이 돌판에 새겨지던 때에는 삼천 명이 죽었는데, 성령이 마음에 임하시던 날에는 삼천 명이 살아났어요. 바울의 말처럼 "율법 조문은 죽이는 것이요 영은 살리는 것"(고후 3:6)이에요.
※ 오순절(칠칠절)을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은 날로 기념하는 전통은 후대 유대 문헌에 분명하게 나타나요. 오순절의 삼천 명을 출애굽기 32장과 연결하는 것은 여러 설교자와 주석가들의 해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