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달을 끝까지
이름으로 부르지 않은 이유
창세기 1장을 천천히 읽어 보면 이상한 점이 있어요. 빛은 첫째 날에 생기는데, 해와 달은 넷째 날에야 만들어져요. 해도 없는데 빛이 먼저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넷째 날에도 “해”와 “달”이라는 이름은 끝내 안 나와요. 그냥 “큰 광명체”, “작은 광명체”라고만 불러요(16절).
이게 왜 재밌냐면요, 히브리어로 해는 “셰메쉬”인데, 바벨론 사람들이 섬기던 태양신의 이름이 “샤마쉬”였어요. 이웃 나라들에게 해와 달과 별은 절하고 섬기는 신이었어요. 그런데 창세기는 그 신들의 이름조차 불러 주지 않아요. 그저 하나님이 하늘에 달아 두신 광명체, 곧 등불일 뿐이라고 해요. 그리고 그 등불이 하는 일은 낮과 밤을 “주관하고” 계절과 날을 알려 주는 것이에요. 사람의 운명을 쥔 신이 아니라, 사람을 섬기는 시계예요. 😄 별은 더 짧게 다뤄요. “또 별들을 만드시고.” 온 바벨론이 별을 보며 떨던 시대에, 창세기는 별을 한 줄 덧붙임으로 끝내요.
해보다 빛이 먼저 있었다는 것도 중요해요. 빛의 근원은 해가 아니라 하나님이세요. 성경의 마지막 책은 그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요. “다시 밤이 없겠고 등불과 햇빛이 쓸 데 없으니 이는 주 하나님이 그들에게 비치심이라”(계 22:5). 해가 뜨기 전에도, 해가 필요 없는 날에도 세상을 비추시는 분은 하나님이세요.
※ 창세기 1장이 해와 달의 이름을 일부러 피했다는 것은 여러 학자들이 주목하는 해석이에요. 본문이 그 이유를 직접 말하지는 않아요.